
가장 마지막 번호로 출연했었는데, 박수를 두 번 받았던 '무한궤도'라는 팀이었습니다.
지금도 여전히 불리워지는 '그대에게'라는 곡을 처음 들었습니다. 상당히 빠른 비트에
쿵쾅 거리는 드럼과 귀청을 울리는 일렉기타소리, 모든 이들의 시선을 모으기에 충분했습니다.
치고 달리는 비트에 취해 한참 흥에 취해 듣다가, 곡 후반부에 이르러 비트가 느려지자 관객들은 모두 박수를 쳤습니다.
그리고, 후에 이어진 나레이션과도 같은 가사. 관객은 한 층 소리를 더해 박수를 쳤습니다.
신선한 충격, 곧이어 대학가요제 대상 수상은 '무한궤도의 그대에게'로 돌아갔습니다.
그렇게 처음으로 신해철을 보게 되었습니다. 그저 무한궤도의 싱어 정도로 알고 있었지요.
다음 해에 발표된 무한궤도 앨범의 '우리앞의 생이 끝나갈때'를 들으며 반짝스타가 아님을 알게 되었습니다.
흔하디 흔한 사랑 노래가 즐비한 가요 시장에서 '삶과 인생'에 대해 이야기하는 가수를 드물었습니다.
물론, 그 당시에는 노래만 좋았을 뿐이지, 그 가사가 들리지는 않았습니다.
신해철이 무한궤도라는 밴드가 아니라, 솔로로 나선 이후에도 이런 성향은 변하지 않았습니다.
사랑노래를 할 때에는 '나 너 좋아'가 아닌, '우린 어떻게 살아갈까?'와 같은 느낌을 전해주는 노래들이 많았습니다.
그의 가사들은 뭔가 남달랐고, '싱어송 라이터'라는 '진짜 가수'라는 이미지에 전혀 흠이 없었습니다.
그리고, 그가 다시 솔로에서 밴드 N.EX.T(New EXperiment Team)로 돌아왔습니다.
각 파트마다 최고의 멤버들을 구성해서 밴드를 만들면 어떤 조합이 이뤄질까를 고민하듯,
그가 만들어낸 넥스트가 들려주는 사운드는 정말 최상이었습니다.
아마 이 때부터 '의식있는 뮤지션'이라는 느낌을 받게된 것 같습니다.
가벼운 조롱으로 '딴따라'라고 부르는 그 단어를 '넥스트'에는 붙일 수 없었습니다.
그들은 여느 가수나 밴드 나부랭이가 아닌 것처럼 여겨졌습니다.
그리고, 다시 넥스트가 해체되었습니다. 정확히 이야기하면 손을 털었습니다.
그들의 이야기를 빌어 말하면 '국내에서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해봤다'라고 말합니다.
락밴드가 이룰 수 있는 모든 것, 그것을 모두 성취했다고 말합니다.
물론, 어떤 속사연이 있었는지는 모르겠지만, 그렇게 넥스트는 마침표를 찍습니다.
이후, 신해철은 monocrom이라는 앨범을 통해 '테크노'를 국악과 접목합니다.
개인적으로 'Ghot in the shell'을 편곡한 ' Machine Messiah'은 지금도 좋아합니다.
넥스트의 다른 멤버들은 김진표와 팀을 이루지만, 그다지 큰 성과는 없었던 것 같습니다.
이후로도 신해철은 음악적으로 다양한 활동들을 펼치지만, 저에게는 그다지 주목을 받지 못합니다.
음악적인 모습보다는 '고스트스테이션'이라는 국내에 둘도 없는 엄청난 포스를 풍기는 그의 라디오 프로그램이 차지합니다.
엄청난 박학다식, 저 사람은 과연 얼마나 많은 책을 읽는 것일까하는 의문이 들게될 만큼,
그 '고스'를 들으며, 신해철은 '음악인'이 아닌, '지식인'의 범주로 여기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그가 '100분토론'에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그의 '독설'은 언제나처럼 여전했습니다.
'자신의 확고한 주장'을 타인에게 설득시키는 그의 능력은 정말 탁월했습니다.
설령 그의 주장이 잘못되었다하더라도, 그 정도로 남을 설득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춘 이가 과연 몇이나 될까요.
맹목적인 것이 아닙니다. 신해철이라는 개인과 저와는 아무런 상관이 없는 남남일 뿐이며,
그저 다양한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다는 점을 제외하면, 그와 나의 공통점은 없습니다.
단 한 번 만나본 적도 없으며, 그가 나라는 존재를 알 수도 없습니다.
하지만, '신해철'이라는 인물이 전해주는 묵직한 느낌에는 변함이 없습니다.
노무현 후보에 대해 '지지연설'을 했었던 그였지만, 노무현 대통령이 되고난 후에는
예전과 같은 지지를 표력하지 않았습니다. 원하지 않던 모습도 있었고, 반대로 가는 행보도 있었습니다.
신해철은 지지연설을 한 것에 대해서 말을 아끼진 했었지만, 못마땅한 모습이었습니다.
노무현 대통령이 좀 더 세상을 뒤집어버리기를 기원했었는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노무현 대통령은 '민주적인 원형'을 버리지 않았습니다. 그것이 맞는 것이기에.
그리고, 나고 자란 고향으로 돌아가 '촌부'가 되겠다던 그의 급작스런 죽음을 맞이했습니다.
신해철은 잡혀 있던 모든 스케줄을 취소하며 더 이상 집 밖으로 나가지 않았습니다.
'해도 해도 이런 결론은 아니었을 것'이라 생각했을지 모릅니다.
합당한 비판을 받을 수는 있지만, 이런 불합리한 비난에 목숨을 버려야하는 상황까지 초래되는 것은 아니었다고 생각했을 것입니다.
그는 두문불출 어디에도 모습을 보이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노무현 대통령을 보내는 마지막 자리, 그가 자리에 올아왔습니다.
아프리카로 시청하던 벗님은 '망치에 얻어맞은 것'처럼 아무 것도 하질 못했습니다.
신해철은 머리를 삭발해버렸습니다. 채팅창에 이런 이야기를 툭 하고 나왔습니다.
'락커가 머리를 자르는 건, 죽음을 의미합니다.'
락의 저항 정신, 반짝이는 장신구, 화려한 치장.. 어떤 것도 없었습니다.
검은 정장에 삭발을 한 신해철은 노래를 부르며, 울음 범벅이 되었습니다.
그는 '이정표'를 잃어버린 모습이었습니다.
최소한의 받침목, 그것을 빠져버린 신해철은 허우적거리고 있었습니다.
대한민국에서 이런 일들은 상상할 수 없었던 것처럼.
그의 목줄기에서 머리로 향해 두 마리의 뱀이 타고 올르고 있었습니다.
'쥐'를 잡아야 한다는, '쥐'를 잡을 수 밖에 없다는 마지막 저항처럼.
상상할 수 없었습니다. 신해철의 삭발, 락커에게 흐르는 눈물.
이제 더 이상 흘릴 눈물이 없을 것이라 생각했었는데..
























